투박한 노래는 속이 비었다

두껍게 쓰인 예술은 매력적이지 않다는 비아냥에도
너는 단조로운 박자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 여행을 떠날 때면 나는 지루한 음악에 잠이 들었고 네게 창밖에서 어떤 선율을 보았니, 묻지 않았다.

수식을 많이 넣는 습관에도 담백하게 적은 글만 네게 건네줬다. 너는 그걸 모아다가 거진 매일 닳도록 읽었다. 나는 사랑을 수려하게 표현하는 법을 고민했으나 네게는 필요치 않았으므로 무용한 일이었다. 그렇게 사랑이 우리에게 일과로 자리 잡을 무렵, 너는 좋아하지만 나는 흥미도 감상도 없는 노래들이 귀에 익어갔다. 가사를 외웠고 제목을 알았으며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네게 물었다. 왜 단조로운 노래를 좋아해?
글쎄. 잘 모르겠네. 너는 스스로에게 납득이 될만한 이유를 찾으려 오랫동안 생각했다. 나는 기대하지 않았다. 주말 오후의 플레이리스트만큼 쉽게 던진 질문이었다.
너는 대답 대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대해 말했다. 이걸 들으면 우리가 두 번째로 만난 날이 생각나. 차 안에서 엄청 추워했는데. 또 다른 노래는 우리가 처음 별을 보러 갔던 날이 생각나. 그때가 생각나는 노래들이 좋아.

비로소 나는 그 쓸모를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너는 노래의 내부를 기억으로 칠하는 작업이 좋았던 것이다. 나는 너의 팔을 베고 누워 두 번째 만난 날 얘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약속을 잡던 전화부터 중얼거리던 혼잣말까지 하나도 잊지 않고 말해주는 너의 얼굴을 봤다. 내 활자에 매가리가 없던 탓인지 다른 기록은 노래에 흘러내리고 너를 담은 문장만 굵게 남았다.